저번 게시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부탁한다.
건강검진을 끝냈다면 아마 몇 주간의 공백이 있을 것이다.
뭐 정신 없이 살다보면 금방 지나가겠지만.
주사 맞기 하루 전, 기관에서 주사 + 소견서 3쌍과 입원, PCR 검사 안내서를 퀵으로 보내준다. 그라신이 비싸기 때문에 빨리 배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사는 그라신이라고도 불리는 백혈구 촉진제다. (약 종류는 여러개인데 필자는 그라신을 받았다.)
체중에 따라 그라신 주사기가 2~3개 정도 된다. 하루에 처방되는 양이 2~3개다... ㄷㄷ;;
서류의 일부는 아래 사진을 참고해달라.
백혈구 촉진제(그라신)
이 주사는 여러분의 골수를 자극?해서 세포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이 세포들이 혈관으로 많이 나오게 해준다.
이 주사가 있기 때문에 굳이 허리에 큰 주사를 넣지 않아도 조혈모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주사는 입원 3일 전부터 입원 당일까지, 총 4일을 투여받는다.
주사를 놓기 전 기관에서 약물을 보내주고 어디서 맞으면 되는지 카톡으로 알려준다.
이 주사가 아플 수 있기 때문에(아프기 때문에) 대부분 오후에 맞는다. 코디님이 병원을 알아봐주신다. 동네 의원, 응급실 둘 중 하나다.
이 주사를 맞는 동안 금주, 금연이다. 고지방, 고콜레스테롤 등의 음식도 제한된다.
주사 1일차
근처 동네 의원에서 의사의 진료? 후 주사를 받았다. 좋은 일 하신다고 칭찬을 ..ㅎㅎ
간호사님이 정말로 이거 3개 다 맞는거 맞냐고 물어보고 놀라셨다.
다른 후기에서 주사가 정말 아프다고 하길래 긴장을 좀 많이 했는데,
간호사님의 스킬이 좋았는지 필자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독감 주사보다 덜 아프면 아팠지 더 아프진 않았다. (내가 비정상인가?)
어디서 천천히 놔야 안아프다고 해서 간호사님께 천천히 놔달라고 하긴했다.
대낮에 주사를 맞았는데 저녁이 되니까 몸이 뻐근해지기 시작한다.
앉아있기에 허리 윗쪽이 아파서 자고 일어났다가 타이레놀을 2알 먹었다. 이 이후로 다음날 투여 전까지는 딱히 아프다? 는 느끼지 못했음.
비용은 5,800원.
주사 2일차
어제와 동일 의원에서 주사를 맞았다.
왼쪽은 괜찮았는데 오른쪽이 좀 주사가 아팠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가 없었음.
이물감 이런 느낌은 1시간 정도? 약간 있다.
비용은 5,100원
오늘은 타이레놀을 2개, 2세트로 4개를 먹었다.
타이레놀을 먹고 자고 일어나면 효과가 좋다.
감기 초기의 몸살 기운이 있고 머리와 목이 뜨겁다.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그렇게 아프진 않고 거슬리는 정도다.
(체온은 정상)
라고 할 줄 알았지. 0시되니까 진짜 허리가 아프니 억 소리가 나온다. 두통도 심함.
(허리라고 표현했지만 허리가 아닌것같은 부위다 신기한 느낌)
주사 3일차
외부에서 주사를 투약하는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공휴일이라 진료가 가능한 다른 의원에서 투약을 받았다.
간호사님이 약물을 보자마자 아플거라고 걱정했고 난 천천히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비용은 20,000원. 비급여 기타항목으로 처리됐다. 의원급인데 병의원마다 차이가 있는듯.
타이레놀 2개 2세트로 4개를 먹었는데도 허리통증과 두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확실히 누적되니까 무시할 수 없다.
앉아있다가 일어나는데도 억 소리가 절로 나면서 엉덩이 쪽에 통증이 느껴지는가 하면 앉아있으면 허리가 계속 아프다.
5분마다 억 소리가 나는듯..
(병원가기전 아침에 샤워하는데도 억 소리가 났긴했다.)
진짜 절로 억소리가 난다.
통증이 가장 심할 땐 다른 사람들 말대로 허리에서 심장이 뛰는 것처럼 두근두근하기도 한다.
통증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이게 통증이 맞는건지도 애매하다. 통증은 맞는데 애매하다 ㅋㅋ
주사를 맞고 PCR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무려 5시간을 쓰러져 잠들었다.
타이레놀이 부족할 수 있으니 꼭 마지막에 돌아오면서 부족할 것 같다면 꼭 사오길 바란다. 이것도 실비지원된다.
입원 전 코로나 검사 (23년 기준)
코로나 종식이라고들 하지만 아직 대학병원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필자도 생각도 못하고 병원에 갔다가 주변에서 마스크를 급히 사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입원하려면 PCR 검사를 해야 한다.
입원하는 사람과 보호자의 경우 보건소에서 무료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언제 입원한다는 서류가 필수적이다. 필자는 입원 날자가 적혀있는 입원 안내문을 들고 갔다)
입원
병원마다 입원 수속 시간은 다르다. 보통 2~3주 전 입원에 필요한 정보를 코디가 알아간다. (보호자 여부, 입원 시간 등)
보호자도 1명 올 수 있다고 하길래 한 명을 데리고 갔다.
필자는 오후 4시 입원했다. 1인실로 배정된다. 제일 높은 층 바로 아래... 1인실만 있는 층이였고 복도 인테리어가 고급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하루에 40만원 쯤 하는 병실이였다.
간식과 세면도구, 수건과 실내화 등은 코디께서 준비해준다.
다만 여러분들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로션, 스킨, 속옷, 충전기, 마스크, 여분 옷등.
병실에 들어와 있으면 간호사님이 오셔서 뭐 옷갈아입으시면 된다 등등 알려주시고,
나름 주치의가 있어서 동의서를 받으러온다. 정맥관과 주사를 꼽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동의서 말이다.
혈액 검사를 위해서 혈액을 뽑는데 이때 한쪽 손목 위쯤에 얇은 관을 하나 뚫어둔다. 수액을 여기에 꼽던데 용어를 모르겠네...
(실리콘 재질과 스티커?로 단단히 고정이 되어있으니 움직이는데 불편함은 거의 없다)
밤에 간호사님이 그라신을 한 대 더 맞고 잔다.
(다음날 아침 진짜 오른쪽 다리가 아파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걸을 순 있다)
만약 내일 정맥관 삽입을 진행핸다면 0시부터 물을 포함한 금식에 들어간다.
아침에 관삽입 후 아침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아침 먹고나서 기증하러 가는 것이다.
아 참고로 병원밥은 반납하는 곳이 따로 있더라. 한 번도 입원을 안해봤으니...ㅋㅋ
기증 당일
오전 4~6시에 혈압을 체크하러 간호사님이 들어오신다. 금식이기 때문에 물과 밥은 먹지 못한다.
6시 전까지 체중을 재야한다고 나와달라고 했는데 비몽사몽해서 알람을 6시 40분에 맞춘... (7시로 착각했다) 간호사님이 친히 바퀴가 달린 체중계를 들고 오셨다.
하여튼 오전에 중심정맥관을 잡으러 간다. 맨날 응급실 다큐에서만 보던 혈관조영실을 환자 침대에 누워서 이동했다.
비닐과 면이 섞인 가리개?를 전신에 덮었고 거의 수술실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국소마취를 하고 심장 부근에 있는 큰 정맥에 관을 삽입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마취를 진행하기 때문에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관을 2번 정도 안으로 밀어넣는 느낌은 그대로 느껴진다. 아프진 않고 불편하다.
이 시술은 솔직히 개무서웠다. 어떤 후기에서 펑펑 울었다는데 그럴 수도.
이 시술이 끝나면 다시 실려 올라와서 아침을 먹는다.
간호사님이 언제 채취를 하러가는지 알려주는데 이 전에 소변을 미리 봤다.
채취를 하러 갈 땐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
관을 미리 확보하였기 때문에 별다른 작업없이 바로 채취가 시작되고 5시간 정도 소요됐다.
4시간 가량을 코 골면서 잔 것 같다. 중간중간 혈압 체크를 하신다.
아래는 기증 사진이다.
개인적으로 소변은 다시 복귀해서 점심먹고 해결했을 정도로 급하진 않았음.
기증 후
올라와 늦은 점심을 먹는다.
관을 삽입한 부분에서 지혈이 안되어 피가 센다. 밥먹고 나니 피가 드레싱을 무시하고 배로 조금씩 흐르....
간호사님을 호출하여 드레싱을 교체하고 모래주머니를 올려두었다.
자꾸 드레싱 밖으로 피가 흐르고 누워있으면 뒤로 피가 세서 어깨가 젖었다. 일단 드레싱을 바꾸면서 모래주머니를 계속 올려두는 조치를 했다. 어떤 인턴쌤이 와서 부위를 누르는 식으로 지혈을 시도해보았지만 실패.
저녁에 코디에게 연락이 왔다. "목표치를 넘은 수치"라는 결과를 받고 몇 시간이 지나 담당 선생님이 와서 관을 제거하였다.
관은 병실로 선생님이 오셔서 관을 제거한다. 제거가 잘 되었는지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
하지만 나는 관을 제거하고 지혈해도 멈추지 않았고, 퇴원일 오전까지 지혈이 안되어 결국 2바늘 꼬맸다. 새벽간 간호사님들이 상태 체크하느라 자주 왔다.
(내가 퇴원일 오전에 이 소식을 알려줬더니 왜 병동에서 안알려줬냐면서 대신 속상해 해줬다. 지혈이 안되는 일은 코디 담당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체 케이스에서는 1년에 2~3번 정도 있는 일이라고 한다.)
내 어깨는 피에 젖어 축축했다. 상의만 2번 갈아 입었다.
(아니 후기에는 지혈이 안된다는 말은 없었는데 나만 왜 ㅋㅋ)
퇴원
혈액검사 등 결과에서 이상이 없으면 퇴원한다. 보통 10시 넘어서 퇴원 수속을 밟는다.
기증한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혈액검사가 정상이었다.
필자는 다리 통증이 계속 있었기에 일단 다음주에 교수 외래진료를 예약했다.
또한 필자처럼 정맥관 삽입 부위를 꼬맸다면, 일주일 뒤 실밥을 풀러가야한다.
겪은 부작용
위에도 서술이 되어있지만 다시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라신 투약 기간에는 아래와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
- 전체적으로 몸이 뻐근함.
- 몸살 기운이 있고, 발열끼가 느껴짐
- 허리에 통증이 있음. 3일차부터 본격적
- (기증일) 허벅지에 통증이 있음. 기증 당일은 걸어다니기 매우 불편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
그러나 주사를 놓는 통증은 전혀 없었음.
허벅지 통증을 제외한 다른 통증들은 기증 이후 말끔히 사라짐.
특히 제일 기억나는 다리 통증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자면,
정확히, 근본적으로는 무릎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였다. 허벅지 아랫쪽이 일정 압력 이상으로 눌리거나 그러면 진짜 다리 잘리는 통증이 있다면 이 정도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통증이 느껴졌다.
부작용 사후 관리
필자처럼 증상 호전이 더딘 경우 계속 관리를 받는다. 애초에 기증 후 1년 간 보험이 있기 때문에 기증했던 병원이든 근처 병원이든 진료하면 이 때 발생한 진료비는 보상해준다.
원래 기증 그 다음주에 외래 진료가 잡혀있지만, 2일이 지난 뒤에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자,
기증했던 병원의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았다. MRI 촬영을 받지는 못했지만 혈액검사과 x-ray 검사는 모두 정상.
비용 괜찮으니까 택시 타고 오시라고 하던 코디님.. 왕복 18만원 나왔다.
마치 신경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느낌이였다.
5일이 지나고 나니까 증상이 꽤나 호전됨. 그러나 아직도 누르면 통증이 느껴졌고, 이전만큼의 통증은 아니지만, 허벅지의 통증이 많이 사라지니까 허벅지에 자극이 가해지면 무릎에도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이 때 깨달았다.
교수님의 진료를 받는 일주일 뒤에는 통증이 90% 나아졌고 현재는 뛰어다녀도 문제가 없다.
기타 이야기
- 내 세포의 수혜자는 아기라고 한다. 살아보지도 못한 생명인데 부디 살아서 이 세상의 즐거움을 느꼈음을 한다.
- 기증하면 나무 재질의 기념패 같은 걸 준다. 기증 후에 코디가 가져다준다.
- 필자는 담당 코디를 퇴원일에 처음봤다.. 건강검진, 입원 날, 기증 날 모두 각기 다른 코디님들이 오셨고 난 4분의 코디님을 보았다. 이건 좀 서운하다🥺
- 병원밥은 맛있었다. 나만 그런가..?
- 필요하다면 입퇴원 확인서와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
2개월 간의 기증 절차 후기
첫 연락으로부터 기증까지 무려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기증 동의 > HLA 유전자 검사 > 건강검진 > 그라신 투약 > 채취)
하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건강검진을 하고 촉진제 주사에 입원하여 채취하는 것까지 모두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는 시간을 내기 힘들 수 있고, 촉진제를 맞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중심정맥관을 잡는 것도 무서울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이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혈액암 환자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아픈 와중에도 기증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왕 태어난김에 남을 살리는 경험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무조건 Okay보단, 필자와 다른 공여자들의 후기 글을 읽으면서 많은 고민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기증 절차 진행 중 기증을 포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조혈모세포 기증 동의를 요청 받은 분들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여러분의 선택이 '동의'라면 필자가 대신 여러분의 고귀하고 소중한 선택에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내 세포를 이어 받은 어린 환자는 부디 건강했으면 좋겠다.
5년 뒤에나 조혈모세포를 다시 기증할 수 있는 시기가 된다는데, 만약 다시 연락이 온다면 나는 또 할거다.